해 질 무렵. 등이 굽은 노인은 묵묵히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뻘 위를 가로지르는 막대기가 앞서 길을 인도했고, 얼마간 걸어간 노인은 멈춰서 기도하듯 더 깊이 허리를 숙였고, 뻘 안의 생명을 조심히 거두었다. 해는 두툼한 솜 이불 뒤로 숨어가고, 남겨진 황금빛 머리카락만 지상에 쏟아져 내렸다. 이 시간의 주변의 경관은 화려하지만 노인의 주변만큼은 엄숙하고 경건하다. 노인의 일은 빛이 모두 사위고 피아의 구분이 뻘빛 회색으로 희미해질 때 까지도 그칠 줄 몰랐다.
-未明
일년 남짓, 마땅한 시작(詩作)도 없었다. 사진 생활도 소원하였다. 글 또한 벽에 부딪혔었다. 회사도 바뀌었고 업무량도 폭주했다. 그리고 모든 핑계를 뛰어 넘어, 솔직히 정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 블로그보다 트위터가 편하여서 그쪽의 짧은 글과 노느라 이곳을 등한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도중 우연히 올해 초, 트위터 모임에서 상을 준다고 해서 다녀온 적이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 많이 거리가 있던 그곳에서 몇몇 사람들과 명함도 없이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 사이에서 몇몇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블로그가 포트폴리오 대신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나는 그간 홀로 오래도록 노력해 왔을 지 몰라도 '아무것도 아님'을 처절히 깨달았다. 그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 '이름'이 내겐 없었다. 내가 보여주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누굽니다. 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보여줄 작업을 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 또한 나의 나태함의 다른 얼굴이었기에 부끄러웠다.
다만 그나마 스스로 조금 덜 부끄러운 점은, 달의 뒷편을 걷는 사람처럼 느리게, 꾸준히 걸어왔었다는 것.
해가 비치는 그곳에서 무엇으로 살아갈 자격은 아직 되지 못했지만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 잊지 않고 걸어왔었다는 것. 그 마지막 희망이 다시금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방향성이 뚜렷한 작업은 준비가 덜 되어 본격적인 작업은 무리이고, 그 외에 무엇을 해야겠다. 라고 뚜렷히 정한 작업은 없다. 워밍업 삼아 오래된 사진 몇장과 짧은 글 몇글자를 적어 보는 걸로 시작해봐야지 이리 걷다 보면 내가 즐거워 할 길을 찾게 되는 날도 오겠지.
잘 해 보 자.
- 未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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